임용대란, 어떻게 해결하나

윤나경 입력 2017.08.20. 23:24

<녹취> “책임져라, 책임져라!”

<녹취> 초등교사 임용 고시 준비생 : ” 저희는 교원 말고는 할 게 없는데… 당혹스럽고 배신감이 느껴지는…”

<녹취> 주경자(강원도 원조 흥양초등학교 교장) : “수도권 지역 경우에는 임용을 기다리는 젊은 예비 선생님들이 있는가 하면 저희 강원도에서는 신규 대기자 선생님이 없잖아요. 교원 수급도 이렇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녹취> 한왕규(강원도교육청 장학사) : “(정부가) 부풀리기 선발을 종용했던 부분이 상당히 정말 안타까웠다고 생각해요. 이게 풍선효과인 거죠. (수도권) 임용 인원을 늘리면 다 몰려가는 거죠. 그쪽으로…”

올해 초등교사 신규 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2천 명 넘게 줄었습니다.

지난해까지 너무 많이 임용시키다 보니 지금은 임용 수요가 별로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게 각 지역 교육청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교사가 부족해 당장 2학기부터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곳도 있습니다.

초등 교원 수급 정책, 왜 이렇게 엇박자가 나버린 것일까요?

초등교사 임용 시험이 백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경인교대 4학년인 임용고시 준비생, 김정현 군은 방학에도 매일 학교에 나와 시험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내년도 초등 교사 선발 계획에 크게 낙담했습니다.

김 군이 시험을 보려 했던 인천 지역은 지난해보다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백 명 이상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정현(경인교대 4학년/임용고시생) : “갑자기 (선발 인원이) 줄어들다 보니까 예상되는 것도 아니고 큰 폭으로 줄어들다 보니 사실 작년, 재작년에 TO가 많이 났던 편인데 그때 시험 봤던 사람들 부러워하기도 하고 뭐 대부분 어쨌든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꿈꿔온 김 군, 자연스럽게 고향인 인천에 있는 경인교대에 입학했습니다.

4년 동안 초등 교사 전문 교육을 받고 매년 교생 실습을 나가며 좋은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김정현(경인교대 4학년/임용고시생) : “경기가 그래도 그나마 많이 뽑으니까 그쪽이 더 나을까 고민을… 당연히 TO(선발인원)가 그렇게 많이 줄었으니까 이제 더욱 불안하고 뭐 서울 치려던 학생들이 이제 경기로 칠 것 같고 뭐 이렇게 되다보니까 불안한 마음은 굉장히 크죠 다들.”

지난해보다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80% 이상 줄어든 서울지역 교대 학생들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올해 예고된 초등교사 선발 인원은 105명,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4학년 정원 420여 명의 1/4 수준입니다.

<인터뷰> 지주현(서울교대 임용고시생) : “교원 수급 정책을 작년에 무리하게 뽑아서, 재학생인 저희도 예상이 됐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이 잘못한 교원 수급정책의 결과를 실패를 저희한테 책임을 지우는 TO니까요 105명은.”

그동안 교사 한 길만 바라보고 4년 동안 준비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불안합니다.

<녹취> 임용고시생(음성변조) : “취업 시장에서는 교육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얻는 장점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는 이쪽 길밖에 없어요.”

각 지역 교육청이 발표한 2018학년도 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발 예정인원은 3321명, 지난해보다 2천 2백여 명이 줄었습니다.

전국 17개 지역 가운데 7곳은 내년도 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발 인원이 지난해 절반 수준도 안됩니다.

대부분 현재의 임용 대기 적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한상윤(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과장) : “한 명도 발령 못 나 있는 상태입니다. 작년 선발한 사람들은… 이미 2015학년도 선발된 사람들이 다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작년에) 400명 정도만 뽑아서 수급 조절을 하려고 한거죠. 근데 그걸 못한거죠. 그런 정무적 판단을 하시는 분들의압력 때문에…”

임용고시는 합격했지만 발령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모두 3518명, 서울에만 천 명 가까이 됩니다.

<녹취> 초등 교원 임용 대기자(음성변조) : “저희 연수 때부터 발령 오래 걸릴 거라고 얘길 들었었어요. 재작년에 공무원 연금법 명퇴하실 분들은 싹 한꺼번에 많이 명퇴를 하셔 가지고 그래서 티오로 대박이 났던 거고, 그래서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도 예상보다는 한 6개월 정도 더 늦어지는거 같아요.”

하지만 정작 일부 지역에선 교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충남 홍성의 내포 신도시, 이곳에 있는 한울초등학교는 인구 유입이 늘면서 지난해 가을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살금살금 가야지 그렇지 떨어뜨리면 죽는거야, 해보겠습니다.”

다양한 특별 활동이 진행될 정도로 교사들의 열의가 높지만, 매 학기 시작을 앞두고는 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난해 개교 당시엔 정규 교사 4명, 올 초에도 2명이 부족해 기간제 교사를 대신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엄기행(한울초등학교 교감) :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야 될 그 학기 초에는 굉장히 고민이 많습니다. 워낙 정규 교사가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기간제 교사를 구하다 보니까 우리 학교도 역시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렵게 기간제 교사를 구했다 해도 교사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교사 한 명 당 학생 수가 서른 명을 넘어선 과밀 학급이 10곳이나 됩니다.

<인터뷰> 전우성(홍성초등학교 5학년 교사) : “지금처럼 30명 이상인 학급에선 선생님의 손길이 아이들 한 명 한 명 닿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실 환경은 뭐 시설적으로 옛날에 비해서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학급당 학생 인원수가 많은 편이고요.”

그나마 기간제 교사라도 구한 학교는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강원도 원주 외곽의 흥양초등학교, 한 학년에 한 반씩 모두 6개 학급으로 운영되는 작은 시골 학교입니다.

이곳에서 2학년을 담당했던 박수복 선생님은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후임 교사가 정해지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박수복(홍양초등학교 2학년 교사) : “그동안 아이들하고 생활하다가 이렇게 떠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특별히 아이들을 지도할 선생님,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그런 말씀을 듣고 정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초등 교사 부족으로 신규 교사 배정을 받지 못했지만, 기간제 교사도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외진 곳이라 근무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주경자(흥양초등학교 교장) : “우리가 9월 1일자로 봤을때 강원도 지역에 (필요한) 초등교사가 68명이어야 되는데 임용 대기자 선생님이 26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요 그러다보니까 나머지 한 40명 넘는 교사를 기간제 교사를 확보를 해야 되는데 그것 조차도 지금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기간제 교사조차도 부족함이 많죠.”

이처럼 초등 교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강원과 충남 등 모두 5개 지역.

지난해 신규 교사 임용 시험에서 미달이 됐던 곳입니다.

초등 교사 수급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강원과 충남 등은 3년째 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미달 사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 지역엔 임용 대기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교원 인력 수급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김용련(한국외국어대 교육학과 교수) : “많은 적체인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신규선발을 해왔었어요. 이거는 엄연히 행정의 잘못된 지점이고요. 장기적인 수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는 거고요.”

지난 5년 사이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 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발 인원은 2천 5백 명 수준.

이미 2015년부터 임용 대기 적체가 심해졌지만 지난해에도 임용 후보자 선발 인원을 늘렸습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린다며 교육부로부터 임용 후보자 선발 인원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녹취> 한상윤(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과장) : “(초등교사 임용 후보자 선발 계획이) 처음에는 656명으로 돼 있어요. 위에서는(교육부) 천 명을 선발하라고 요구, 천 명 이상을. 그러다가 나중엔 최종적으로 862인가를 공고했던 걸로 아는데… 내부적으로 어쨌든 저희가 이런 압력을 이겨냈어야 됐는데 이겨내지 못했고 저희들의 책임도 없는 건 아니죠,”

수도권 임용 후보자 선발 인원이 늘면서 지방 교대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더욱 심해졌습니다.

결국 강원과 충남 등 5개 지역은 지난해 필요한 만큼 초등학교 임용 후보자를 뽑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양기우(충남교육청 장학사) : “저희들 미달은 뭐 경기도나 세종의 선발 인원하고 굉장히 관련이 있거든요. 경기도. 서울. 세종 같은데서 선발 인원이 많이 늘다보니까 상대적으로 뭐 교대생, 졸업생들이 한정된 그 인원에서 어떤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까 많은 도 지역들이 이제 미달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필요한 만큼의 초등교사 인원을 선발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으로만 결정된 교원 수급 정책은 초등교사 지역 양극화라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인터뷰> 김용련(한국 외국어대 교육학과 교수) : “(이번 기회에) 큰 틀에서 교원양성 구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것 같습니다. (양극화 해결을 위해)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근무평점의 가산점이라던지 경제적인 부분에서 인센티브라던지 이런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죠.”

<녹취> “개선하라 개선하라.”

전국 교대생 5천 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를 왜 교대생에게 돌리냐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박정은(전국교대연합 의장) : “이 사태는 분명 중장기적 안목 없이 교원수급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교육 당국에 책임이 있고, 그리고 수년간 외쳐왔던 교육대 학생들의 외침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비 교사들의 외침이 또다시 헛된 구호가 되지 않도록, 10년 후를 내다보는 초등교원 수급 정책이 이제는 제대로 마련돼야 합니다.

윤나경기자 (bellen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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